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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논어3

by 젠틀블랙홀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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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평화 문제에 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전근대는 계급과 신 분으로 사람을 읽어매던 시절이라 사람이 자유를 꿈꾸더라도 현실 에서 거부당했다. 오늘날은 계급과 신분은 없으므로 그러한 차별은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 도 노력해서(싸워서) 얻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은 어려서 부모의 지 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려고 하더라도 부모의 허락을 받아 야 한다. 학교에 가게 되면 생활과 학습 두 측면에서 선생님의 관 문을 거쳐야 한다.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상급자의 승인 절차를 꼭 거쳐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자유롭게 하더 라도 삶의 각 단계에서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상대를 넘 어서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직 공과 사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고, 법(신) 아래 모두 평등하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과 다른 것 을 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금방 건방지다거나 도발적이다라는 말이 퍼진다. 예컨대 여성의 흡연은 대학과 지인의 모임이 아니면 아 직도 자유롭지 않다. 피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맞서 피울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내세워야 한다. 또 자식이 원하는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 기 위해서는 부모와 오랜 싸움을 거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뒤에 야 그것이 조정된다. 유학하면 순종적인 인상이 떠오를지 모르지만 공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스승의 권위에까지 맞서 싸우라고 말하고 있다. 무슨 맥락일까?
공 선생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평화 문제와 관련 해서는 스승에게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子日:當仁,不旅於師。
당은 닥치다. 들어맞다, 관련되다의 뜻이다. 양 은 남에게 미루다, 물러서다의 뜻이다. 사하는 무리, 전문가, 우두 머리, 스승의 뜻이다. 여기서 스승은 단순히 나를 가르치는 특정한 선생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기존의 진리를 대변하는 가치 체계를 소유한 인물을 나타낸다.
스승의 위치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 오늘날 우리는 선생 없이도 공부할 수 있는 시대에 있다. 선생을 대신할 만한 도구 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르는 단어의 뜻과 발음은 사 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모르는 분야는 도서관의 책을 빌리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궁금증을 풀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곳은 동영상 과 안내 책자를 통해서 실제로 가본 것보다 더 잘 알 수 있다. 사정 이 이렇다보니 스승의 권위가 날로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생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학생이 그 발음대로 따라 읽을 수 있고 선생이 풀이해줘야 학생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 다. 또 선생이 책을 보여줘야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기초적인 것부터 심층적인 것까지 선생이 없다면 학생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생의 권위는 거의 절대 적이어서 감히 선생에게 다른 생각을 말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 았다. 그런데도 공자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 으니, 이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으로 자기 믿음에 대한 확고한 신 넘을 보여주는 것이다. 혹여 지금껏 공자가 기성의 권위에 납작 엎 드렸다거나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숨 죽여 지냈으리라 생각 했다면 여기서 우리는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

우리나라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무리 눌려 지내는 미천한 사람이나 순하고 성 격 좋은 사람이라도 너무 업신여기면 가만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렁이 또한 죽지 않으려고 움직이는 것이다. 이 구절도 '인'이 지 렁이의 목숨만큼 공자 사상에서 절대적 고갱이에 해당한다는 뜻이 리라. 따라서 인은 개인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 정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공동체가 죽 느냐 사느냐라는 문제는 전쟁 또는 평화와 관련된다. 그래서 나는 인을 평화라고 풀이하고자 한다.

명나라 말 청나라 초, 고염무는 명나라가 멸망하자 비밀조직을 결성해서 반청 운동을 벌이다가 실패했다. 그 뒤 그는 청나라 조정 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저술로 일생을 마쳤다. 그는 자신의 대표 작이라 할 수 있는 일지록에서 천하흥망 필부유책을 주장했다. 천하가 번성하고 쇠퇴하는 데는 논에 농사짓고 산에서 나무하는 보통사람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천하의 일을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늘 살펴야 한다는 뜻 이다. 즉 천하는 왕이나 사대부가 다스린다고 생각해서 필부는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되며 자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사태가 일어난 뒤 우리는 공무원이나 대통령의 책임 을 부르짖었다. 물론 그들이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시민에게 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소한 것이면 몰라도 국 가 부도와 같은 중대 사안이 생기는데 몰랐다는 것도 문제이고 알았다면 대책을 요구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며 문제가 생긴 뒤에 책 임을 묻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 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되겠다.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을 넘어가게 되면 무수한 사람들이 겪지도 않을 고통을 또 겪게 된다. 심지어 생을 단념하기도 한다. 이것은 진정 누구의 책임일까?

 

11. 군자와 관중의 밥그릇의 크기가 다르다.

직업에서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중 어느 쪽 이 중요한지 논란이 많다. 제너럴리스트를 중시하는 쪽은 사람이 늘 말단에 있지 않으므로 여러 부서를 돌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사 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스페셜리스트를 중시하는 쪽은 아무리 일반적인 안목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특정 분야를 책임지 고 처리하는 전문적 식견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하나가 모 든 직종에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언론사 일처럼 다방면의 경험과 다재다능한 능력이 중요하면 순환 보직을 실시하는 게 바람 직하다. 반면 연구소 일처럼 업무가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어서 둘 이상을 넘나들 수 없으면 한 분야의 장기근무를 보장하는 게 낫다. 그렇다면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활 동하거나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갈 때는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이에 대해 공자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 쪽에 손을 들어주었 다.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하자.

공 선생이 들려주었다. "군자는 (밥)그릇이 아니다."

군자는 문맥에 따라 군주와 같은 통치자 또는 자기주도적인 사람을 가리킨다. 한정된 세계에 관심을 두기보다 전체 입장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세계 전체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나 리더를 가리킨다.

기 자는 따지고 보면 흥미를 자아낸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기 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사람,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않다 니…..."라는 말을 한다. 공자는 사람 크기를 그릇에 처음 비유한 인물이다. 공자는 제나라의 뛰어난 재상이자 포숙아와의 우정으로 널리 알려진 관중을 두고 "관중의 그릇이 작다"라며 '기' 자를 쓰고 있다. 이렇게 보면 사상가는 생각도 깊어야 하지만 언어 표현도 뛰 어나야 하나보다. 이런 뜻으로 기량이란 말도 있다.

최초의 한자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허신의 설문해자에서 '기' 자를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다. 글자 모양을 쳐다보면 입 구미 자 네 개와 개 전사자로 되어 있다. 기물이 많으므로 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개를 두고서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밥그릇에 견줘서 조직 내부의 다툼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 허신은 오래전부터 탁월하게도 '기' 자에서 빼앗고 뺏기는 싸움의 이미지를 읽어내고 있다.

그릇은 네모든 원형이든 한번 모양이 정해지면 그것을 바꾸지 못 한다. 군자불기는 군자가 특별한 모양, 일정한 용도로 정해져서 다 른 일을 할 수 없는 그릇이 아니라는 뜻이다. 군자는 스페셜리스트 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스페셜리스트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는 뜻이 아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지도자가 된다면 새로운 역할을 위해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안목을 보완해야 한다.

군자는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인물일까? 먼저 이익 창출을 우선시해야 하는 자본주의 기업에서 군자는 설 땅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현대의 기 업 운영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유리 경영이 하나의 화두 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차갑고 냉혹하게 이익을 내는 데만 몰입 하고 이익을 낳아준 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만약 지금까지 기업이 차가운 이익을 뜨겁게 벌어들이는 소인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졌 다면 앞으로는 일정한 이익을 공동체와 나누는 군자의 이미지를 강화시켜야 한다. 군자가 자본주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다. 군자를 자본주의에 담아야 할 것이다.

사회 정치의 경우 사람들은 한때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이장 과 군수를 지낸 터라 그 이상의 자리인 국회의원,장관,지사에 어 울리지 않는다고 입방아를 찧곤 했다. 사람은 사람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어서 다른 것을 넘볼 수 없다는 말이리라. 사람에 따라 서 이 말은 들어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이 자리에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척척 해내는 것이다.

이때 군자불기는 된사람의 뜻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이 지 남들에게 대접받을 만한 자리를 골라간다는 말이 아니다. 반면 기초의원을 해야 할 때도 기초의원 자리는 한사코 거부하고 국회의 원 자리만을 고집 피우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말이다. 군자불기는 누구를 배제하고 뭔가를 독차지하라는 논리가 아니라 어떠한 자리에서도 나에 사로잡히지 않고 남과 함께 잘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논리다.

 

12.  나보다 나은 자를 보고 배워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100미터 달리기는 빠지지 않는 종목이다.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차이가 생긴다. 사람이 그 차이에 보이는 반응은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첫째, 영화나 드라마의 흔한 스토리에서 보이듯 실력으로 안 되니 반칙을 해서라도 차이를 뛰어넘으려고 한다. 둘째,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의 하니처럼 라이벌 나애리와 선의의 경쟁을 벌여 이기려고 끝까지 노력한다. 셋째,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처럼 자 폐증에도 불구하고 남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넷째, 차이 앞에 절망하거나 애써 무관심하며 그냥 주저앉는다. 다섯째, 차이 앞에 일어섰다가 주저앉고 주저 앉았다가 일어서며 도전과 포기를 되풀이하는 길이다. 이 중 건현사제는 하니가 나아갔던 길과 제일 가깝다.

한국이 해방을 맞이하고서 얼마 있지 않아 전쟁으로 신석기 시대 와 같은 폐허 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 압축 성장을 통해 오늘날 세 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를 이룩했다. 앞을 향해 달려오면서 우리가 가졌던 생각은 오늘날 말로 하면 '벤지마킹',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 이고 『논어,의 말로 하면 '전현사제'다. 당신은 자기계 발을 위해 누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가?

공 선생이 들려주었다. "뛰어난 자를 보면 따라잡아서 같아지도록 하라. 뒤처지는 자를 보면 교훈을 찾아서 스스로 반성하라."

현은 어질다. 현자의 뜻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보다 낫다, 뛰어나다로 쓰였다. 건보은 기본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책에서 알게 되거나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을 포함해서 그런 상황을 만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내지는 다른 사람의 사례를 나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안으로 나타낸다는 말이다. 성물은 발음이 둘인데, 성으로 읽으면 살피다, 깨닫다의 뜻이고 생으로 읽으면 덜다, 줄이다의 뜻이다.

앞에서는 내가 뒤처졌을 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롤 모델을 찾으라고 주문하고 뒤에서는 나보다 뒤처진 상대를 보고서 자신의 반면교사로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 내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는 점을 말하고 있으므로 둘은 다른 각도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은 전지전능하므로 몰라서 당황하거나 잘못해서 걱정할 일이 없다. 반면 사람은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앎 과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절차를 꼼꼼 하게 챙겨서 잘하려고 해도 돌출 변수가 생겨서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덜렁덜렁했는데도 운이 좋아서 일이 잘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의 승패를 오로지 운이나 변수의 탓으로 돌리고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때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 어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없으므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양에서는 역사를 정리하는 책 제목에 거울을 뜻하는 감을 많이 넣었다.

예컨대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있고, 서거정의 동국통감이 있다. 이는 역사에서 그냥 사실을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를 비춰보는 거울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보면 인물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사례다. 자신보다 나 은 인물을 보면 질투하기도 하고 모방하기도 한다. 질투는 나에 게 없는 것을 가진 상대와 같아지려고 하기보다는 상대가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모방은 상대가 가진 것을 나 도 가져서 서로 같아지려는 태도다. 특히 모방은 언제 어디서나 자 신의 단점을 메우려고 할 때 더 적극적인 의미가 살아난다. 공자도 07.22에서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보면 그 속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고 하며 늘 배우려는 자 세를 잃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인 유형을 보면 보통 비난하고 애써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듯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어느 순간 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방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오래된 말로 시경, 학의 울음에 나오는 "다른 산의 나쁜 돌도 나의 옥을 다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는 말이 있다. 또 중국 근대에 엄청난 정신적 상흔을 남긴 문화대혁명 기간 에 마오쩌둥이 말한 반면교사 또는 반면교육이 있다. 즉 "가장 심 한 범죄를 저지른 자 이외에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가두거나 제명하지 말고 단위부에 남겨 그의 모든 정치적 세력을 박탈하고 고립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반면교사 는 혁명에 위협이 되기는 하지만 반면으로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계급 • 집단 • 개인이란 뜻이다(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로 널리 쓰이기 시작해서 지금 상용되고 있다. 사실 용례만으로 보면 공산혁명의 성공과 관련되므로 한국어로의 유입은 이적행위가 된다).

13. 말은 느려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재빠르게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신뢰감이 간다"는 말로 상대에 대한 호의를 나타낸다. 같이 일을 해보다보면 처음의 호 의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호의가 사실로 나타나서 상대를 실 제로 신뢰하게 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호의가 실망으로 바뀌어 상 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자신의 평가를 거둬들이게 되는 경우다.

불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말이나 실행과 관련해서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입을 놀리면 된다. 예컨대 "내일 안으로 끝낸다.""이번 시험 에서 점수를 10점 이상 올리겠다." "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납품 할 수 있다"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주위 여건을 고 려하지 않고 내뱉은 말은 금방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말한 대로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불신이 싹트게 된다. 공자는 언과 행의 속도 문제에 주목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공 선생이 들려주었다. "군자, 자기주도적 인물이라 면 말할 때 굼뜨지만 실행할 때는 재빠르게 하려고 한다."

눌은 말을 더듬거린다는 뜻이다. 민은 재빠르다, 영리하다는 뜻이다. 속도로 보면 눌과 민은 정반대다. 눌은 듣는 상 대를 답답하게 할 정도로 느려 터진 것이고 민은 상대방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재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나아가 민은 입의 혀같이 재빨리 다른 사람의 뜻대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이 문장은 문법도 단순해서 해석하기 쉽다. 다만 욕 없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욕' 자가 없다면 이 문장은 전혀 다른 문맥이 되어버린다. 욕을 통해서 군자는 완성된 인간이 아니라 언행에 실수를 줄 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만약 '욕 자가 없다면 군자 는 보통사람과 적을 달리해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 럼 글자 한 자가 군자의 의미를 바꾸고 나아가 「논어라는 책의 성 격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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